흑자제거, 매출은 오르는데 현금이 없는 회사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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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억인데 통장 잔고 5천만 원인 사장님

얼마 전 한 제조업체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3년째 매출이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매출은 10억 원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정작 통장 잔고는 5천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직원 월급과 원자재 대금을 빼면 손에 쥐는 돈이 없었습니다. “매출이 오르는데 왜 돈이 안 모일까요?” 이 질문은 제가 상담하는 자리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 대표님의 사례는 결코 예외가 아닙니다. 중소기업청 자료를 보면, 국내 중소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200%를 넘습니다. 매출은 늘었지만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매출이 늘어날수록 현금이 더 빨리 빠져나간다는 데 있습니다. 납품하고 3개월 뒤에 대금을 받는 구조라면, 매출이 늘수록 그만큼 운영자금이 더 필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회계학에서는 ‘흑자제거’라는 개념을 씁니다. 흑자제거란 장부상 이익(흑자)이 실제 현금 유입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 괴리를 줄이는 작업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매출과 이익이라는 숫자에 속지 말고 실제 현금의 흐름을 기준으로 회사를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저는 이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아, 이래서 장부가 좋아도 망하는 회사가 있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흑자제거, 장부상 이익과 현금의 괴리에서 시작된다

흑자제거를 이해하려면 먼저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손익계산서는 수익과 비용을 ‘발생’ 기준으로 기록합니다. 예를 들어 1월에 1억 원 어치를 납품하고 4월에 대금을 받는다면, 손익계산서에는 1월 매출로 잡힙니다. 그런데 실제 현금은 4월에 들어옵니다. 이 3개월의 공백 동안 회사는 직원 월급과 임대료를 현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 현금이 부족해지면 단기 차입을 하게 되고, 이자 비용이 발생합니다.

저는 컨설팅할 때 항상 고객사에게 먼저 ‘현금전환주기(Cash Conversion Cycle)’를 계산해보라고 권합니다. 현금전환주기는 재고를 사는 날부터 대금을 받는 날까지의 기간입니다. 이 기간이 길수록 회사는 더 많은 운영자금을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어 재고를 60일 동안 보유하고, 외상 매출 기간이 90일이라면, 현금전환주기는 150일이 됩니다. 이 경우 매출이 늘수록 그만큼 현금이 묶입니다. 반면 재고를 30일로 줄이고 대금 회수 기간을 60일로 단축하면, 현금전환주기는 90일로 줄어듭니다. 같은 매출이라도 필요한 현금이 크게 달라집니다.

흑자제거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닙니다. 매출과 이익의 구조 자체를 현금이 잘 도는 구조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외상 매출 비중이 높은 회사라면, 선금 비중을 높이거나 대금 회수 기간을 단축하는 계약 조건을 새로 협상해야 합니다. 재고가 많은 회사라면 수요 예측을 정교화해서 재고를 줄이고, 필요 없는 자산을 매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흑자제거의 영역입니다.

실제 상담 사례로 본 흑자제거 적용 방법 흑자제거

작년에 저는 도소매업을 하는 한 고객사와 6개월간 함께 일한 적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매출 30억 원, 영업이익 3억 원으로 장부상으로는 탄탄했습니다. 그런데 부채가 20억 원에 달했고, 매월 이자만 1,500만 원을 내고 있었습니다. 원인은 명확했습니다. 주요 거래처의 대금 회수 기간이 120일이었고, 반면 원자재 대금은 30일 안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었습니다. 이 90일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query=흑자제거 매월 은행에서 단기 대출을 받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대금 회수 기간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거래처와의 계약을 재협상해서 회수 기간을 120일에서 90일로 줄였습니다. 처음에는 거래처가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금을 빨리 받는 대신 2% 할인을 제공하는 조건을 제안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거래처는 현금 흐름이 개선되는 이점을 얻었고, 우리 고객사는 회수 기간을 30일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재고를 줄였습니다. 판매가 부진한 상품을 정리하고, 인기 상품만 집중적으로 발주하도록 시스템을 바꿨습니다. 재고가 30% 감소하면서 창고 비용과 보험료도 함께 줄었습니다.

6개월 뒤, 이 회사의 현금흐름은 눈에 띄게 개선되었습니다. 단기 차입금이 5억 원 줄었고, 이자 비용도 월 500만 원으로 감소했습니다. 무엇보다 사장님의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이제는 급여일이 다가와도 초조하지 않아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흑자제거가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물론 모든 회사가 같은 방법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업종에 따라, 거래처와의 관계에 따라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본 원칙은 동일합니다. 장부상 이익과 현금의 괴리를 줄이는 것입니다.

흑자제거, 오늘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세 가지

흑자제거를 위해 거창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여러 기업을 상담하면서, 가장 효과가 빠른 것이 의외로 단순한 것들임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매출채권 회수 기간을 한 달씩 줄여보십시오. 90일이면 60일로, 60일이면 45일로. 이렇게만 해도 현금이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회수 기간이 30일 단축되면, 매출 10억 원 기준으로 약 8천만 원의 현금이 풀립니다. 이 돈을 이자 비용이나 추가 투자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재고를 정리하십시오. 창고에 6개월 이상 묵은 재고는 이미 현금이 죽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 재고를 현금화하려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처분하는 것이 낫습니다. 예를 들어 재고 1억 원 어치를 70%에 판매하면 7천만 원이 들어옵니다. 이 자금으로 더 잘 팔리는 상품에 투자하면, 결과적으로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고의 기회비용을 생각해보면 손해처럼 보여도 오히려 이득인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매출과 이익이 아니라 현금이 기준이 되는 내부 보고 체계를 만드십시오. 매주 월요일 아침에 지난주 현금 유입과 유출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십시오. 매출이 얼마인지보다 실제 계좌에 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저는 이런 보고를 ‘현금 중심 보고’라고 부릅니다. 이 보고를 3개월만 유지하면, 어느 거래처가 지급을 미루고, 어떤 제품이 현금을 묶어두는지가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흑자제거는 결국 회사의 혈액인 현금의 흐름을 정상화하는 작업입니다. 장부의 흑자에 안주하지 말고, 현금의 흐름을 기준으로 판단하십시오. 오늘부터 재고와 매출채권, 이 두 가지만 점검해도 내년 이맘때 사정은 확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흑자제거는 회계사나 세무사만 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흑자제거는 회계 전문가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대표님도 직접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매출채권 회수 기간과 재고 보유 기간을 계산해보고, 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다만 복잡한 재무 분석이 필요하다면 회계사나 경영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흑자제거를 하는 데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회사 규모와 현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6개월 정도면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매출채권 회수 기간을 줄이거나 재고를 정리하는 것은 빠르면 12개월 안에 현금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다만 계약 조건 변경이나 거래처 협상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흑자제거와 비용 절감은 다른 것인가요?

네, 다릅니다. 비용 절감은 지출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흑자제거는 장부상 이익과 실제 현금 흐름의 괴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예를 들어, 비용 절감은 광고비를 줄이는 것이고, 흑자제거는 외상 매출 기간을 줄여서 현금 회전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흑자제거가 더 근본적인 재무 구조 개선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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